건설산업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건설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실패로 인한 건설업체 수의 급증이다. 99년 5126개사가 2004년 1만3000개사로 증가했다. 제도적으로 건설업체 설립에 큰 제약이 없기 때문에 건설업체가 난립하면서 건설업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진입 장벽을 없애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가진 국가에서 건전한 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운 산업구조는 시정돼야 한다.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건설업체의 등록 요건, 임원 자격 등을 강화하여 업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 의해 건설업체가 정리되기에는 너무나 급박하다. 예를 들어, 무분별한 업체 몇 개가 공사물량을 최저가 낙찰로 저가에 낙찰받고 하도급을 주게 되면 그 해당 업체는 몇 년 안에 부실시공, 부도로 업계에서 사라질지 모르나 적자 공사에 응하지 않는 건실한 업체는 물량이 없어 위기에 빠지게 된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가속화하게 된 원인의 다른 하나는 건설산업의 공사물량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총수주액은 지난 99년 46조원에서 2003년 102조원으로 크게 개선됐다가 2004년 87조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건설 업체당 평균 수주액도 97년 192억원에서 99년에는 99억30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2004년 67억으로 더욱 작아졌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건설공사는 지나친 저가 위주의 수주경쟁으로 인한 건설기술의 낙후 및 덤핑입찰의 고질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1997년까지만 해도 공사 예정가 대비 평균 낙찰률은 85%를 웃돌았는데 작년에는 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70%까지 감소했다.

위기에 처한 건설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건설 관련 단체의 정비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기술 중심으로 건설 관련 단체를 개편하고 업체의 정비를 통해서 건설산업의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업계는 고정비용 최소화와 정보화, 지속적인 기술투자에 의한 기술력 확보, 신분야 개척 등을 통해 자생적 이익 창출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공사의 발주자는 공사수주계약의 다양화와 투명성을 보장하여 저가 위주의 공사를 지양하고 상한가격과 하한가격의 범위 부여 등 정당한 가격 책정과 가격심사 강화에 의한 가격입찰로 제대로 일하는 건설산업의 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예산 절감이 나중에 더 큰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CT) 등의 분야와 함께 건설산업이 살아야 나라경제가 산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엔지니어링을 키우고 해외 건설을 촉진·지원해야 한다. 벤처 형태와 같이 기술에 입각한 판단과 경영 결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등장해야 하며,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재무관리자(CFO), 최고엔지니어책임자(CENG)도 보강해야 한다.

이제는 프로세스에 강해야 살아남는다. 정보기술에 기반한 건설CALS부문도 정부 지원과 민간 협력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SOC 투자 확대, 민간 투자 활성화, 지역 균형 유도형 계획적 신도시 건설, 기업도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은 전략적 국가 기간산업이다.

양지청 /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