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원인이야 복합적인 것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삶의 질과 환경에 대한 국민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반면에 국민복지 향상이나 안전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건설교통분야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족으로 R&D(연구개발) 투자규모가 극히 미흡한 것이 주요 원인이란 생각이다.

건설교통부문은 생활의 질을 결정하고 산업경쟁력과 직결되어 고용창출 효과가 크며, 경제개발 및 국토개발과정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폭증하고 있는 SOC수요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으며, WTO체제 출범에 따른 건설시장 개방을 앞두고 기술개발촉진 및 경쟁력 강화 필요성은 증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업의 국내총생산 구성비가 제조업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건설업의 연구개발투자는 제조업의 7%수준으로 열악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기술혁신, 첨단기술개발이라는 기치아래 현재까지 우리의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 첨단산업과 제조업분야에 치중됐다. 상대적으로 이들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건설교통분야의 투자는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 R&D 총투자액을 서구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 사실은 아주 극명해진다. 일본과 미국의 25분의 1, 독일의 7분의 1, 프랑스의 5분의 1, 영국의 3분의 1이 한국 건설업의 수준이다. 건설교통분야 연구개발예산은 과학기술분야 총예산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종합적 장기연구개발계획이 없는 가운데 주도적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도 빈약하기 이를데 없다. 건설교통부문의 속성상 민간부문에서 R&D에 직접 투자하기는 한계가 있다. R&D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맡지않고 현행 체제를 단순히 개선하는 차원에 그칠 경우 부실시공과 대내외 건설교통부문 잠식, 국가경쟁력 상실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엄청난 효과 기대
만약 건설교통부문 연구개발에 연간 4백억원 규모를 투자할 경우 생산성 제고와 노동비절감 등의 직접효과는 2천3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재해발생 절감기술을 개발해 재해발생률을 10% 줄인다면 복구비는 물론 교통정체 등 사회비용을 포함하여 3천1백억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도로 및 교량유지관리기술을 개선하면 감가상각을 늦추는 장점이 있다. 교량의 경우 1년간 수명을 연장하면 연간 2천6백억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있다. 물류체계를 확립시키는 연구개발투자가 이루어져 5%의 물류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경우에는 연간 8천5백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건설교통분야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면 부실시공 예방 및 효율적인 안전관리와 함께 SOC투자의 효율성 제고로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물류수송분야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수출경쟁력이 보강되고 물가안정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교통분야의 연구개발 투자효과를 높이려면 우선 핵심분야를 선정해야 한다. 백화점식 투자는 곤란하다. 중점 핵심분야를 골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예산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핵심분야 골라야
핵심분야에는 우선 WTO시대에 맞는 핵심소요기술, SOC투자 효율화 및 관리기술이 선정될 수 있다. 또 안전한 국민생활 확보를 위한 재해예방 기술개발 및 쾌적한 환경조성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등도 추진하여야 한다.

건설교통분야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활기반시설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건설교통부문의 연구개발정책을 주도적으로 계획해 운영하고 대폭적인 예산지원을 병행해야 보다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

〈양지청 국토개발연구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