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신용보증기금이 투기 유발=지난 1987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근로자의 주거안정과 목돈 마련 지원법(주거안정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된 주택신보가 지난 90년대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기열풍과 주택가격 급등을 유발한 것으로 지적됐다. 예산정책처는 “1998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체제 하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택을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택신보가 전혀 다른 정책목표를 갖게 됐다”고 그 이유를 지적했다. 지난 97년 당시 주택보급률이 92%에 달해 주택경기를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정부가 주택신보를 통해 임차금 보증한도 소득의 2배(영세민, 근로자는 3배)로 확대한 게 저금리 현상, 서울 강남지역 주택시장 과열 등과 맞물려 전반적인 주택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예산정책처는 “결국 주택신보를 경기활성화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이는 주택경기 과열과 단기 위주 가계대출의 위험, 신용불량자 확산, 신규보증공급 전면중단 등 매우 부정적인 정책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주택신보를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독립시키고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사업목표에 충실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광양항 건설사업 과잉투자=정부가 ‘투 포트 시스템(two port system)’, 즉 부산과 광양 등 2개의 무역항을 개발해 ‘동북아 물류 중심국’을 건설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우고도 체계적인 물동량 예측과 예산집행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은 항만시설 미비로 선박의 정체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광양항은 물동량 예측 실패에 따른 과잉투자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정책처는 “부산항은 2001년부터 체선척수와 체선율이 증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광양항은 컨테이너 처리 실적이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는 조금씩 증가했으나 2003년부터 감소했고 이후에도 감소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따라 “광양항의 현재 물동량을 볼 때 광양항의 컨테이너 부두는 향후 수년간 시설부족의 우려가 없으므로 점진적으로 추가 선석의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한정된 국가재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예산정책처는 광양항의 배후부지 개발에 대해서도 “항만배후단지의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항만배후지 개발에 대한 제도적 체제가 완비되지 못한 실정과 국내외 국제물류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유치노력조차 이루어져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략 없는 증권·선물 통합거래소 설립=자본시장 환경의 대규모 변화로 이어질 증권·선물 통합거래소 설립사업도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산정책처는 우선 “한국 경제는 낮은 성장률, 높은 물가 상승률, 높은 실업률, 소비 급감, 투자 위축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나, 정부의 통합거래소 추진계획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에 따라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통합거래소 비전 및 전략 수립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 수립 및 실행 ▲시장 자율규제 방안 수립 등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걸음마 수준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사업=정부가 지금까지 대체에너지 개발투자의 80% 이상을 집중한 폐기물에너지 기술개발사업과 바이오에너지 기술개발사업 등이 모두 당초의 성과에서 거리가 먼 것으로 지적됐다. 예산정책처는 “폐기물에너지 개발사업은 쓰레기의 환경문제 심화에 따라 에너지로서 이용보다는 처리문제에 초점을 맞춰 환경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바이오에너지는 기체연료(메탄)나 액체연료(알코올)의 생산기술로서 하부구조의 미비 등으로 경제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따라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목표 수정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에너지 이용기기 개발 및 시장창출 등을 주문했다.

예산정책처 양지청 사업평가국장은 “선진국들은 주요 사업 추진시 타당성 조사 등 계획단계에 총예산의 7~8%를 사용하고 결국에는 140~150%의 예산을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계획단계 예산이 2%에 불과하고 결국에는 200~300%의 예산을 사용한다”며 “각 단계별로 평가가 체계화되고, 그 결과가 정책집행에 반영되는 환류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kr